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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완의 드라마 공작소]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 오충환, 박수진 연출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박상완(드라마 칼럼니스트)

 

 

미래를 꾸는 사람‘들’

 

  당나라 때 한 수행승이 선사 조주에게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조주는 “없다”고 답했다. 불가의 가장 유명한 화두 중 하나인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이다. 세상 만물은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부처의 가르침인데 조주는 왜 이런 대답을 한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미 불성이 있으나, 그것을 남과 나누지 않고 나 혼자만의 것으로 국한시킨다면 그것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진정한 불성이란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고,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세상에 사랑과 자비를 전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모두는 홍익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그런 드라마다. 이 작품의 특이점은 예지몽이라는 소재가 아니라 그것이 전파된다는 데에 있다. 왜 예지몽을 꾸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인가. 지금까지 밝혀진 대로라면 죽을 운명에서 살아난 사람이 자신을 살려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면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원래는 죽을 운명이었던 누군가를 살리게 되는 것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갖는 따뜻한 마음이었다. 전파되는 것은 예지몽을 꾸는 능력이 아니라 사랑과 배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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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알고 있다

 

   홍주는 꿈에서 미래를 보지만 그 미래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설령 누군가의 죽음을 보더라도 말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그녀는 미래는 알더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고 있다.



 

   재찬은 꿈에서 홍주의 죽음을 보았다.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는 꿈 때문에 그는 유범이 일으킬 사고를 막고 우탁과 홍주, 홍주 엄마의 목숨을 구한다. 어쩌면 그는 훨씬 예전부터 꿈에서 미래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재찬은 어린 시절에 이미 한번 죽을 운명이었지만 홍주에 의해 구조된 경험이 있다.

우탁도 원래는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재찬에 의해 살아나면서 그 역시 예지몽을 꾸게 된다. 아니, 근원적으로 따지면 홍주가 재찬을 구하고, 재찬이 다시 우탁의 목숨을 구하면서 가능한 것이었다.


   다시 홍주로 돌아가 보자. 그녀가 아버지를 살려 미래를 바꾸고자 했던 것은 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를 살리지 못한 이후 홍주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방금 가게를 나간 손님이 조만간 죽을 것을 알고서도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홍주가 아닌 엄마였다. 홍주에게 걱정이 되는 것은 남은 엄마와 자신뿐, 그 외의 사람들은 죽든 말든 관심 없는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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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를 바꾸는 것은 작은 변화로부터 이루어진다. 살인자가 될 뻔한 재찬의 동생, 아내를 학대하던 남편의 기소 여부, 화상을 입을 뻔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등의 미래가 바뀐 것은 주인공 세 사람이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이다. 미처 몰랐던, 알았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배려함으로써 미래가 바뀐다.


   그런 점에서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그려지는 범죄 사건들은 흥미롭다. 이 작품에서의 사건들은 무관심으로부터 시작되었거나, 그로 인해 더 큰 비극으로 확장된다는 특징이 있다. 가정폭력은 물론이고 홍주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된 경우, 사이코패스 치킨집 사장처럼 초동수사의 미비로 사건이 커진 경우도 있다.


   이는 미래를 본다는 설정과 맞물려 흥미로운 주제의식을 만들어낸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세계는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는 우리 주변의 현실 세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에 대해 이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 그리고 갖고 있는가이다. 누가 봐도 안 좋은 결과가 예상되는 뻔한 상황(음주운전 방조처럼)을 두고도 우리는 모른 체하지는 않았던가. 만약 그 순간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나의 일처럼 받아들였다면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법, 언론, 인터넷

 

   법정과 언론사는 박혜련 작가의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피노키오>에서도 등장했던 배경이다. 법은 억울한 소시민이 기댈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우탁과 같은 경찰관이 그 시작이라면 그 끝은 재찬과 같은 검사이다. ‘법대로 하자’는 말처럼 돈과 권력에 의해 삶이 망가진 소시민은 법의 공정함을 믿을 수밖에 없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이러한 법의 책임에 집중한 작품이었다. 언론은 정의 실현의 모든 부분에 작동할 수 있다. 설령 법으로부터 배신당한 소시민이라 할지라도 정의로운 언론에 의해 구제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더불어 언론은 법적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지켜보는 감시체계로서의 기능도 한다. <피노키오>가 이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주인공이 기자와 검사로 설정되어 법과 언론이 모두 중요하게 다뤄지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그런 점에서 박혜련 작가의 세계가 보다 확장된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이다. 무관심. 다르게 말하면 이기심. 박혜련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악인 민준국을 떠올려보자.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민준국은 아내의 심장이식을 기다리던 중 박수하의 아버지(기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이식 받을 심장을 가로채 아내를 잃었다. 법과 언론 모두 그를 버렸다. 결국 그는 자신의 손으로 박수하의 아버지를 죽여 복수했고, 그 결과 10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그 사이 노모와 어린 아들은 아사해버렸다. 한 사람의 이기심으로부터 시작된 사건이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까지 더해져 엄청난 비극으로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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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미드 같은 스릴러, 혹은 판타지라고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박혜련 작가는 사건을 복잡하게 꼬면서 긴박감을 주지 않고, 예지몽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타임 패러독스를 말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것이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작고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관심과 사랑, 그 손길이 미래를 바꾸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든다. 박혜련 작가의 작품들에서 초능력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것은 인터넷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다소 코믹한 요소로써 검찰청의 인트라넷과 SNS 단체 대화방 상황이 그려진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위 ‘뒷담화’를 한다. 뒷담화는 언론과 법의 기능을 모두 한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에서. 이들은 타인의 사생활을 까발리고 그에 대한 평가까지 한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마녀사냥, 판관인 체 하는 악플러들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끝없이 갈라지는 두 갈래의 길

 

   분명 전작들에 비해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캐릭터의 매력이 덜하다. 정의로운 소녀였지만 속물 변호사로 전락했다가 다시 정의로움을 되찾는 장혜성이나, 가족으로 인해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이 흔들렸던 최달포, 최인하에 비해 홍주와 재찬은 다소 평면적이다.


   반면 주제적인 측면은 전작에 비해 더욱 강화되었다. 법과 언론 이전에 우리 모두가 가져야만 하는 주변에 대한 따뜻한 관심. 사랑과 배려로 이루어진 연대의식이야말로 정의로운 사회의 근간이라는 것이다.


   보르헤스의 소설 제목처럼 인간의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하는가와 하지 않는가. 후회는 늘 ‘그때 그랬더라면...’으로 귀결되고, 우리는 늘 하지 않았던 선택을 그리워한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늘 올바른 선택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미래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면, 나의 무관심과 이기심이 악을 키우는 것이 분명하다면 그때 우리는 망설임 없이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점

 대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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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최종 별점

 예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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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작성일 : 2017.10.17
저자 소개  

박상완
드라마 칼럼니스트.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충남대학교 강사. 박사학위논문 <텔레비전드라마의 기획과 구현 전략 -2010년대 초반 미니시리즈를 대상으로>(2015).
mr91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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