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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완의 드라마 공작소] 포기를 모르는 청년들의 웃픈 이야기

 -이창민 연출의 <으라차차 와이키키>(2018~)

 

박상완(드라마 칼럼니스트)



  움베르트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에도 나오듯 예부터 희극은 비극에 비해 열등한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비극 시인 소포클레스와 희극 시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위상은 같지 않으며 연민, 숭고, 감동, 눈물에 비해 웃음은 천박한 것으로 여겨졌다. 어쩌면 희극의 비극적 운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희극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아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희극과 웃음에 대한 평가절하는 현재진행형이다. 코미디언과 개그맨이 ‘희극인’이라는 용어를 써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려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희극과 웃음에 대한 괄시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그 뿐인가. 언젠가부터 텔레비전드라마에서 코미디 장르는 사라졌고 시트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옛말이다. 2000년대 초중반의 인기가 무색하리만치 지금은 시트콤도 텔레비전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텔레비전드라마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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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로 온갖 심각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어디를 돌려봐도 부패한 권력과 실종된 정의, 자식 혼사를 가로막는 부모,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힘겨운 남녀의 이야기만 나온다. 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 한국 경제 구조의 붕괴, 정치권의 타락, 신자유주의의 정착 등 2010년대 이후 현재의 한국 사회가 전보다 힘든 곳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이 힘들다고 해서, 그런 심각한 이야기를 다룬 텔레비전드라마가 현실을 타개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가라고 물어본다면 글쎄올시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약 빤 것처럼 미친 듯이 웃긴’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출현은 반갑다. 돌이켜보면 그나마 10년 전 작품인 <메리 대구 공방전>(2007)이 떠오를 정도로 최근 텔레비전드라마는 코미디 가뭄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는 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더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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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라차차 와이키키>에는 각각 3명의 남녀 주인공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구, 배우 지망생 준기, 시나리오 작가 두식, 천진난만한 싱글맘 윤아, 기자를 꿈꾸는 취준생 서진, 철부지 모델 수아- 이 등장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해프닝들은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글로 옮기는 것이 무리인 듯싶다. 백문불여일견이듯 직접 보기를 추천한다. 다만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것은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 만화 <우당탕탕 괴짜가족>이 얼마나 배설물을 소재로 써먹었는지를 떠올려보라. <으라차차 와이키키>에는 그런 말초적인 웃음은 없다. 어디까지나 키치적이고 컬트적인 ‘병맛’ 코드로 무장한 작품이다.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한 번 보고나면 잊히는, 인터넷에서 난무하는 병맛 콘텐츠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웃음 안에 힘든 현실을 담아 웃기고 슬픈 감정을 동시에 일으키기 때문이다. 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주인공들은 사실상 백수다. 수아도 모델일을 하고 있지만 빚이 1000만원이 넘는다. 쉽게 말해 모두 경제적으로 궁핍한 청년들이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경제적 궁핍은 심각하게 그려지기보다 웃음을 유발하는 배경으로 작동한다. 대표적으로 1회만 살펴보자. 함께 창업한 게스트하우스가 손님 부족으로 인해 수도세도 내지 못하고 물이 끊기는 위기에 처하면서 작품은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동구는 4년을 만난 여자친구 수아에게 이별을 통보받는다. 커플링을 던져버리며 짐짓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동구. 하지만 수도세를 내기 위해 몰래 커플링을 되찾으려 하다가 다시 수아와 맞닥뜨리게 된다. 자존심이 걸린 일촉즉발의 상황. 동구가 수아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묻는다. “사드 문제는 언제쯤 해결될 것 같냐?” 수아도, 시청자도 황당해하는 사이 커플링을 몰래 주우려던 동구의 손을 수아의 대답이 가로막는다. “잠깐. 북핵 문제 해결이 우선 아닐까? 대북제재와 동시에 6자회담 복귀를 요청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할 것 같은데.”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웃음은 이런 반전에 반전, 예측 가능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교차되는 병맛스러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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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본래 게스트하우스가 경제난에 처한 것도 기대했던 중국 관광객이 사드 갈등으로 인해 줄어들면서부터였다는 앞 상황을 떠올려보면 주인공들의 경제적 궁핍은 결코 본인들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아니, 황당한 동구의 질문에도 전문가처럼 대답을 척척 내놓는 수아처럼 이들은 사실 매우 유능한 인재들이다. 동구, 준기, 두식은 비록 성공하진 못했지만 영화판에서 나름대로의 실력은 갖춘 상태이고, 윤아는 뛰어난 제빵 기술을, 서진은 기자로서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이 지금 힘든 것은 능력이 없어서도, 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저 힘든 시기, 힘든 사회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준기의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단역 배우인 준기는 대배우 박성웅과 함께 촬영을 하게 되는데, 박성웅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다. 얼마나 입이 무겁냐 하면 모든 의사 표현을 손가락으로만 할 뿐이고, 상대방은 알아서 그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 준기가 박성웅의 손가락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은 기성세대, 상사, 권력자 등의 갑질에 휘둘리고 그에 맞춰서 살아야만 하는 청년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힘든 현실이라는 측면에서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보면 주인공들이 겪는 상황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싱글맘이라는 설정은 생존의 문제를 넘어 출산까지도 위협받는 현실을 보여주고, 취준생은 면접관에게 성희롱을 당해도 취업을 위해서는 그마저도 감수해야 한다.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륜 같은 운에 베팅을 해야 하고, 이는 다시 비트 코인 유행어 ‘가즈아’와 연결되면서 결국 가난 탈출은 도박을 통해야만 한다는 비관적 인식을 보여준다. 순수했던 첫사랑은 돈 때문에 에로 배우가 되었고 나 또한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다 보니 에로 영화 작가가 되어버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공부도 잘했으며 사회에서 말하는 스펙은 물론이거니와 내 생업과 관련 없는 외교 현안까지도 능통한데, 현실은 시궁창이다. 가난하고 그 가난을 이겨낼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무아르무쉬 2017 fw를 입은 명품 인간이지만 세상의 눈에는 그저 거렁뱅이 노숙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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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까지 말하고 나니 마치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현실 문제를 비판적으로 그리는 심각한 작품인 것도 같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힘든 현실은 어디까지나 배경이다. 핵심은 그런 힘든 현실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청년들의 활기찬 삶이다. 이들의 심정은 아마 이럴 것이다. “힘든 현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현실이 힘들다고 해서 포기할까 보냐, 나에게는 꿈이 있고, 그 꿈을 꿈으로써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는 인간이다, 삶이 비록 힘들지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힘든 현실에 부딪혀 힘들 때 이들이 서로에게 건네는 말은 “실패는 넘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5회)이다. 물론 이마저도 기성세대의 흔하디흔해빠진 거짓 위로지만, 이때 함께 나오는 OST를 들어보자.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 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 뿐야 넘어지진 않을 거야 나는 문제없어” 힘든 현실을 함께 버티고 살아가며 웃는 이들은 분유 한 통도 포기하지 않는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그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잠깐의 웃픈 사건들을 그림으로써 세상을 젊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작품이다.


   2018년 대한민국은 2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힘들다. 그러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있듯이, 현실이 힘들고 사는 게 어렵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우리는 먼 훗날 언젠가 행복으로 채워질 삶이라는 도화지를 검은색으로 칠해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영원히 청춘이다. 다시 한 번 힘내서 외치자. 으라차차! 언젠가는 와이키키에 가즈아!




별점

 대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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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균

 최종 별점

 작품성

     9점a.jpg

9.0

9.0


 

 

작성일 : 2018.03.09
저자 소개  

박상완
드라마 칼럼니스트.
웹진 <문화 다> 편집동인. 충남대학교 강사. 박사학위논문 <텔레비전드라마의 기획과 구현 전략 -2010년대 초반 미니시리즈를 대상으로>(2015).
mr91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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