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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문화 다 신작시] 신철규 시인의 「슬픔의 바깥」(20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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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바깥

                 ― 하루살이

신철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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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을 달려 시골집에 갔다. 통영대전 고속도로에서 무주 IC로 빠져 빼재를 넘어오는 동안 마주 오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헤드라이트 불빛 앞으로 하루살이들만 어지럽게 명멸했다. 시골집에 도착하니 식구들은 모두 잠들어 집안은 괴괴했다. 달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시골집 마당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달빛을 밟으니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가 났다, 눈밭을 걷는 것처럼.

 

다음날 오전 어머니와 면소재지에 있는 농협에 갔다. 앞 유리에 눌어붙은 하루살이의 시체들을 와이퍼로 닦아냈다. 나와 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사과밭을 담보로 잡고 낸 농협 빚과 인삼조합, 원예조합 등에 흩어져 있던 빚들을 지워나갔다. 지난해 빌려 쓴 농약과 농자재 대금마저 치르고 나니 통장이 가벼워졌다. 어머니는 그 많은 숫자들이 영으로 바뀐 것을 몇 번이고 확인했다.

 

포근한 봄 햇살로 더워진 공기를 식히기 위해 차창을 내렸다. 어머니가 왼손가락에 침을 묻혀 오른쪽 손등을 문질렀다. 야야, 이것 봐래이. 손등에 점이 난 것 맬로 닦아도 닦아도 안 지워지는 기라. 월면처럼 우둘투둘한 손등에 검버섯이 몇 개 피어 있었다. 눈앞에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햇살이 내 가슴을 꾹꾹 밟고 있는 것처럼 따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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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10.10
저자 소개  

신철규
시인.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2017)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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