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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의 육아와 삶은 달걀] 설이 왔어요?

김경옥(수필가)



   32개월(2년 8개월) 남아, 13개월(1년 2개월) 여아. 아직 많이 어린 나의 아이들은 요즈음 둘 다 어린이 집에 다닌다. 남편의 사망, 그 이후 몇 개월의 일상이란 간혹 절망이라는 단어를 내포하고 있는 때가 있었는데, 그나마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정도의 작금의 상황이 요즘의 내겐 유일한 희망이 된다. 아이들이 둘 다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것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하원시키는 사이에 존재하는 그 토막난 시간에라도 내가 가장으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행스럽게도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고 있다. 특히나 예민한 첫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등원할 때마다 내 뒤에 숨곤 했는데, 요 며칠은 당당히 어린이집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의젓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아직 뭘 더 몰라서 그런 것인지, 첫째보다 훨씬 더 빨리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매일 아침 둘째는 아기띠를 해서 안고, 첫째는 손을 잡고 걸어서 주차장으로 간 뒤에, 아이들을 차에 태운 후, 내 차로 5분 정도 거리의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등원시킨다. 그렇게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둘째는 눈을 크게 뜨고 웃으면서, 내 품에서 선생님의 품으로 넘겨 지기 전까지 좋아서 품 안에서 폴짝폴짝 뛴다. 첫째도 등원할 때는 내 뒤에 숨어서 있지만, 등원 이후에는 또 잘 논다고 한다. 늘 선생님들께서 “빈이, 등원할때만 좀 힘들어하지, 어머니 가시고 나면 친구들이랑 너무 잘 놀아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매일 하원 후 아이들의 사진을 어린이집 관련 앱을 통해서 전달해주고는 한다. 그래서 나는 어린이집에서 크게 웃으면서 친구들과 뛰노는 내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이 어린이집에서 아주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풍경.jpg

내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풍경


   며칠 전에도 내 아이들은 매일 아침 그렇듯이 일어나서 씻고 먹고 준비해서 나와 같이 주차장에 내려가서 내 차를 타고 달려서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둘째는 그날도 도착하자 마자 내 품에서 팔딱팔딱 뛰기 시작했다. 그리도 좋을까? 그리고 첫째는 어린이집 문이 열리고 선생님이 나오시자,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서는 이렇게 말했다. “설이 왔어요?”


   설이는 내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아이이다. 그러니까 내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 내가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6시 즈음엔 다른 아이들은 다 하원한 뒤고, 우리 아이들 둘이나, 한 명이 더 남아있고는 하는데, 그 아이가 설이였다. 그래서 가끔 얼굴을 보는 설이와 나도 서로 얼굴을 익히고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가 되었다. “안녕, 설이 오늘은 예쁜 옷 입었네.” 같은 문장들.


   그런데 그날 아침엔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서자 마자 설이를 먼저 찾는 것이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의 행동에 짐짓 놀랍기도 해서, “어머, 우리 빈이, 설이 좋아하는 구나?” 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내 물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께 다시 한번 반복해서 물었다.  “설이 왔어요?” 내 물음에는 관심 없는 아이 대신 선생님께서 내게 이렇게 대답해 주셨다. “빈이랑 설이랑 짝궁이거든요.”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들여다 놓고, 어린이집 앞에 잠시 세워둔 차에 올라 가만히 있자니, 살포시 웃음이 나왔다. “짜식, 여자 애를 찾는구나,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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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그날은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하면서 내 뒤에 숨지도 않았다. 그는 당당하게 어린이집 선생님을 맞이해서 들어갔고, 그렇게 등원한 날 처음 뱉은 문장이 “설이 왔어요?”였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 나는 벌써 아이들을 놓아주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또 쓸데없는 생각들을 이어갔다. 아, 그렇구나. 너도 나를 떠나가겠구나, 곧. 이미 그렇지만, 앞으로 너는 더욱, 너의 인생을 살아가겠구나, 나는 나의 인생을 살 테고.


   이 기쁘고도 쌉쌀한 뒷맛은 아마 해가 지날수록 더 해가겠지. 나는 우리에게 펼쳐질 앞으로의 세상에서 너와 어떤 모습으로 마주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다. 네가 더욱 자라서, 만약 내게서 한 발자국 더 떨어져서 나를 쳐다 본다면, 아마 너는 나를 지금보다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는 네게 어떤 모습으로 서고 싶은 것일까? 나는 네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작성일 : 2018.03.21
저자 소개  

김경옥
수필가, 편집동인.
1982년생, 2017 <문장21>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expert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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